벌써 7월 중순이라니, 시간은 정말이지 쏜살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봄의 싱그러움에 취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완연한 여름임을 알리고 있다. 습기 가득한 공기 탓에 아침마다 불쾌지수가 조금씩 오르긴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 해 질 녘 노을이 드리울 때면,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붉고 주황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된다. 물론 늘 기대만큼의 사진을 건지지는 못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게 된다.
요즘 내 일상은 잔잔한 물결처럼 흘러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 향이 온 집안에 퍼질 때면, 마치 나만의 작은 카페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전에는 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매미 소리는 때로는 소음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어떤 날에는 묘하게 집중력을 높여주는 배경음악이 되기도 한다. 한참을 그렇게 몰두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어느새 시간은 점심을 알리고 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잠시 산책을 나서는 것이 요즘 나의 소소한 루틴이 되었다. 집 근처 공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까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삶은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가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이 작은 지구 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풀벌레 소리, 새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오후를 만든다.
저녁 시간은 주로 가족과 함께 보낸다. 다 같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언제나 소중하다. TV를 보거나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을 느낀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이렇게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삶을 풍요롭게 채운다는 것을 요즘 들어 더욱 실감한다.
물론 매일이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치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결국 이런 일상적인 순간들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노을 지는 하늘, 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미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창밖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여름밤의 정취는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오늘 하루도 평범했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고 감사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내일도 또 다른 보통의 하루가 시작되겠지. 그리고 그 보통의 하루 속에서 또 다른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잠자리에 든다. 부디 여름의 남은 날들도 이처럼 잔잔하고 따뜻하게 흘러가기를.